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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 /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_에릭 와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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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 만나다

 

매일매일 물밀듯 밀려드는 업무를 급박하게 쳐내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글을 깊이 못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업무 중에는 글에서 필요한 정보만 스캔하면 되기 때문에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아주 빠르게 훑어보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집중해야 될 때 집중도 잘 안 되고,

대충대충 보려는 경향이 강해져 이대로 가다가는

머리가 굳어버릴 것 같았다.

뭔가 몰두해서 읽을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에 책을 나눠주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책을 만났다.

철학 관련 책들은 본문에 함축적이고 어려운 말들이 많아

내용을 이해하기에 벅찼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차여행을 하듯이 철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다양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쉽게 풀어놓았다.

쉽게 풀었다고는 하지만 다루는 내용이 내용인지라 술술 읽히지는 않아

하루 날 잡고 천천히 책을 만나보았다.

 

 

 

 

#책, 쓰니를 듣다

 

저자는 철학이 실재의 본질처럼 심오하고 근원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 묻는 질문이다고 말한다.

 

나는 이 의견에 공감했다.

왜냐하면 나는 철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학문적인 결과물을 취하기보다 삶을 더 잘 살 수 방법을 찾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책의 소제목도 '소크라테스처럼 궁금해하는 법'과 같이

철학자와 우리의 삶을 연관시켜 놓았다.

철학자들의 생각을 우리의 행동과 결부시켜 풀어냄으로써

이 책이 다른 철학책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내용 중 나에게 와닿았던 부분은 '소로처럼 보는 법'이다.

소로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에게 본다는 것은 눈을 통해 뇌로 이미지가 전달되는 그런 객관적인 의미의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듯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세상을 음미하는 것.

대상을 이해하려 뚫어지게 보는 것이 아닌 여기저기를 탐색하듯 바라보며,

그렇게 비본질적인 것(정보)보다는 본질적인 것(자연, 자신)을 보려고 노력한 것 같다.

 

깨어있는 시간 동안 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본다.

아파트나 자동차를 보면 시세가 궁금했고,

유튜브나 신문을 보며 그것들이 나에게 줄 수 있는 정보들을 캐내는데 집중한다.

일반적으로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이다.

 

다시 한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되짚어 봤다.

아침 출근길에는 어슴푸레한 하늘을 본다.

점심에는 오전 업무로 배고픈 사람들이 식당으로 향하는 분주한 발걸음을 본다.

저녁이면 집으로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본다.

 

"당신이 보는 것이 곧 당신 자신이다."

 

 

 

 

#책, 헤어지다

 

철학책을 읽을 때면 내용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다가도

책을 덮는 순간 지금껏 읽은 내용 모두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린다.

이 책이 쉽게 쓰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오랜 시간 독서를 안 하기도 했고, 철학적 글을 많이 접하지 않아 이런 내용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간단명료한 부제목 때문에,

어떤 철학자가 추구한 사상이 대충 어떤 것인지 정도는 알 수 있게 해 줬다.

 

예전에 철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수많은 철학자들도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려, 그 속에 있는 자신을 알고자 했을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각자가 핵심적으로 파고든 것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명쾌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철학자의 생각을 접할 수 있었고,

간단하게나마 그들의 생각이 어떤 모습인지 머릿속에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다.

 

우리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만의 철학으로 세상을 헤쳐나가기 힘들 때,

이런 책들을 읽으며 제자리에서 자신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책에 우리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이 적혀있지는 않지만

정답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방향을 잡는데 도움을 줄 수는 있다.

 

선선한 기운이 도는 가을날 오후.

따뜻한 차 한 잔 내려서 어느 곳이든 내 마음에 드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지루하고 흥미진진한 재미는 없었지만 책과 나 자신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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