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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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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나다

사적인서점
책 표지

책을 좋아하는 선배가 있다.

그 선배는 회사에서 크게 쥐어터지고 나면

다 때려치우고 도서관 사서나 책방에서 일하고 싶다 푸념을 하곤 한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 선배가 떠올랐다.

요즘 들어 곧 서점을 차릴듯한 기세여서

미래를 미리 준비하라는(?) 차원에서 선물로 주려 했었다.

 

그러다 선배가 늘 버릇처럼 하던 말이 떠올랐다.

'책 선물하려면 먼저 읽고 선물해'

아무 책이나 선물하지 말라는 엄포.

그래서 선물하기 전 먼저 읽어보려 책을 열었는데,

책을 읽어나갈수록 선물하기보다는 내가 소장하고픈 마음이 커져갔다.

 

 

 

 

#책, 쓰니를 듣다

 

저자인 정지혜라는 분은 책을 정말 좋아해,

사람들에게 좋은 책을 알리고 싶어 했다.

그 생각 하나로 처음에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에서,

                                                               서점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마침내 책방 주인이 되었다.

 

간단히 요약하니 어떤 성공한(?) 사람이 쓴 자기 개발서 같지만,

이 책이 시중의 그런 자기 개발서와 비슷했다면

나는 진즉에 이 책을 덮었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에 매료된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지,

답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 힘겹게 살아낸 저자의 모습이 책에 담겨 있어서다.

 

저자는 책을 좋아했지만 그 마음만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몰랐다.

그래서 책의 언저리에서 이것저것 경험하기 시작한다.

일본 서점 여행부터 팝업 서점까지 처음이라 두렵던 일들을

경험해 봄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정립하게 되고,

'서점이라는 틀에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어하는 일을 더하고,

하기 싫고 부담스러운 일은 빼서' 사적인 서점을 열게 된다.                                                       (87 Page)

 

 

 

 

#책, 헤어지다

 

일의 출발과 끝이 일직선처럼 순탄하게 연결된 길은 아니었다.

때로는 현실에 좌절하고,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해 자신이 만들 중압감에 숨이 막힐 때도 있었다.

그럴수록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놓지 않으려 했다.

 

'이게 나였다. 무언가에 푹 빠지면 그걸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 주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그 열정이 나의 가장 큰 재산이었다. 서점 주인으로서 안목이 떨어지는게 아닐까 ······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머뭇거리게 될 때마다 ······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다가 엉망진창이 된 카밀라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언제나 그 용기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171 Page)        

 

책에서 출발해, 책을 사람들과 이어주고자 긴 시간을 걸어

사적인 서점에 도착했지만 그곳이 끝이 아니었다.

 

사적인 서점, 그 끝에서 저자는 다음을 고민했고

앞으로도 계속 책과 사람을 이어 줄 '다음'을 고민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기회가 닿는다면 사적인 서점을 방문해 보고 싶다.

 

 

 

//여담 책, 여운을 더 길게

 

1. 책의 중간중간 다른 책에서 인용된 글들이 있다.

   저자가 읽어봤으리라 추정되는 글들은 책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글의 분위기를 새롭고도 깊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2. 저자가 인용한 글 중 마음에 드는 글이 담겨있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이 책의 경험을 넓힐 수 있는 방법 같다.

3. 책을 다 읽었든 아니든, 사적인 서점을 알게 된 이상

   사적인 서점을 내가 경험해 보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다.

 

나는 이제 나의 '자리'가 궁금하지 않다. '되고 싶은' 어떤 자리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 그런 자리라는 것이, 그것을 향해 달려가는 '목표'가 아니라 순간순간 나를 인정하며 지내는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과'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현우, 『건너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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